Anne of Concrete Gables :: 하이델베르크

Anne of Concrete Gab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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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 성 위에서, 동생
07.01.07

덜커덩거리는 기차 안에서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다가 잠에 빠진 지 몇시간 째. 기차가 뮌헨에 다 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눈을 떠보니 뮌헨에 다 와가는 중이었지만 아직 도착 전이었다. 씻고 짐을 부려놓고 다시 깜빡 잠이 들었다. 기차의 덜커덩거림이 잠잠해진 것 같아서 눈을 떠보니 이미 뮌헨 중앙역에 도착한 후였다. 당황한 나머지 동생을 닥달해서 후딱 짐을 챙겨 내리다가 기차 안에 카메라 배터리 충전기 꽂아둔 걸 두고 내릴 뻔 했다.

뮌헨역에서 코인락커에 큰 짐을 넣은 후 바로 하이델베르크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ICE를 타고 가다가 슈투트가르트에서 일반 열차로 갈아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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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투트가르트에서 하이델베르크로 가는 열차

이건 ICE가 아냐 ICE는 훨씬 좋은데 흑, 사진이라도 찍어둘걸


하이델베르크 중앙역에 근처에 있는 버거킹에서 동생은 햄버거, 나는 베이글로 간단히 아점을 먹었다. 아침부터 햄버거에 콜라를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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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 시내. 아마도 Haupt Str.

일요일이라 무지하게 썰렁하다. 유럽애들은 어쩜 그렇게 해만 지면 집으로 꼭꼭 숨어들어가고 주말에는 어디서 뭘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좀 봐. 일요일에 문 안 여는 가게가 어딨어. 주말에 장사 안하면 언제 한다고.
주말까지 장사해야 하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낮이고 밤이고 주말이고 불이 훤한 서울에 살다가 유럽에 오니 주말만 되면 여간 불편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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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간판의 스타벅스. 역시나 일요일 영업 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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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트리에 걸려있던 쿠키

하나씩 가져가서 먹어도 된다고 써져 있었는데 제조년월일이 의심스러우니 기념촬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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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위에서 내려다 본 Neckar강이 흐르는 하이델베르크 전경

하이델베르크 성은 1.5유로의 입장료치고는 매우 만족스러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이델베르크 성에는 유난히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았다.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리는 바람에 조용히 경치를 감상할 수가 없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한국 사람이 생각만큼 반갑지 않다. 물론 숙소에서 만나는 한국 사람들과의 담소는 언제나 즐거웠지만 관광지에서 마주치는 한국사람들은 서로 인사하기를 꺼려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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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오지 않았지만 날씨가 꾸물꾸물했다.
이런 날에 사진은 잘 안 나오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씨가 구름끼고 바람불고 비는 안오는 그런 요상한 날씨라서 유럽의 겨울은 딱 내 스타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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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 성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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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위에서 찍은 사진들

이 정도 경치가 받쳐주면 눈 돌아가게 멋진 사진을 찍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내공 부족으로 달력용 사진을 만드는 건 언제나 실패한다.

한동안은 사진 찍는게 너무 귀찮아서 사진기사를 하나 데리고 여행을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었다. 그냥 이 아름다운 경치를 온전히 감상하고 싶은데 자꾸만 이걸 사진으로 찍어서 천년만년 남겨둬야 한다는 의무감이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이 자리에 있음으로서 완성되는 아름다움을 네모 프레임 속에 끼워넣는다는 것도 어쩐지 부질없는 일처럼 생각되었다. 내가 사진을 잘 찍기라도 하면 별거 아닌 경치를 천상의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나, 내가 찍기만 하면 평범한 스냅사진 한장으로 수준이 격하되는 피사체에게 미안할 뿐이었다. 나는 경치 감상만 하고 사진은 누가 대신 찍어줬으면 했지만, 동생에게 맡기기엔 동생은 나보다도 사진을 더 못 찍기 때문에 결국 사진은 내 손으로..........

뒤로 갈 수록 사진찍기에 질렸는지 여행의 전반부보다 후반부의 사진이 훨씬 적다. 일기도 점점 짧아지다가 마지막 1주일은 아예 쓰지 못했다. 프랑스에서의 기억은 약간의 사진과 영수증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로마까지 약 3주간 70페이지에 달하는 상세한 일기를 썼던 터라 일기 쓰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체력 고갈과 시간 부족으로 결국 일기를 포기하면서 '에이, 그래, 원래 추억이란게 지워진 기억 속에서 하나 둘씩 힘겹게 꺼내며 보물찾기 하는 것 같은 맛이 있어야지.' 하며 기억의 본질인 보존불가능함을 열심히 되뇌었다.

그렇지만 기록이 부실한 여행지일수록 가라앉은 기억들을 되살리기가 점점 어려워짐을 느끼면서 일기나 사진의 부족이 아쉬워진다. 제1의 기록인 일기가 사라지고 나서는 사진의 도움이 더욱 간절하다. 더 잊기 전에 다시 기록하는 이유가 그래서이기도 하다. '남는 게 사진뿐'인 것은 절대 아니지만 보조기억장치로서의 사진의 역할은 생각보다 중요함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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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보이는 것이 하이델베르크 성

성을 내려와 칼 테오도르 다리를 건넜다.
강 건너편에서 올려다본 하이델베르크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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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뭘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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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6 01:36 2007/08/26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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