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e of Concrete Gables :: 오늘의 실수

Anne of Concrete Gables




오늘의 실수

일기장 2009/01/14 21:51
나는 손놀림이 가벼운 건지, 생각없이 일을 해서 그런 건지 문자 실수를 엄청나게 한다.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수신인을 잘못 지정해서 전송 버튼을 누르는 일 =_= 뜨학


첫번째 경우
문자를 보내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 눈 앞에 있는 사람에게 전송해버린다.
사례) 며칠 전에 한라봉이랑 오드리랑 아멜리아랑 밥을 먹다가 문득 ex동거녀의 근황이 궁금해져서
"뭐해?" 라고 문자를 보냈다. 3초 뒤 한라봉이 조용히 자기 핸드폰 액정을 보여주었는데 거기에 얌전히 찍혀있는 [뭐해?]
이런 건 진짜 한두 번이 아니다!



두번째 경우
문자를 보내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자의 내용에서 언급되는 사람에게 문자를 보낸다.
사례) [아멜리아가 요즘 치질로 고생한다더라] 본래 의도한 받는 사람 : 오드리
     아무 생각없이 전화번호를 검색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받는 사람 : 아멜리아
(본 사례는 즐거움을 위하여 제작되었을 뿐 사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다행히도 [아멜리아 그 년이 죽일 년이야] 이런 문자를 아멜리아 본인에게 보낸다거나 한 적은 없었으나..




수신인을 잘못 지정하는 실수는 평소에도 참 많이 하는데 오늘 실수가 아주 제대로였다.




이번 계절학기에 듣고있는 상담 관련 교직 수업에서 A4 10장 분량의 '나'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하였다. 형식 내용은 완전 자유. 참 막막했다. 일단 '성장기와 가족', '성격', '대인관계'의 세가지 측면으로 분류하여 보고서를 작성하기로 하고 오늘 점심시간에 성장기부터 쓰기 시작했다. 출생부터 시작하여 "여덟살이 되어 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까지 썼더니 얼추 한장 정도 채우고 점심시간이 끝났다. 그래서 일단 저장하고 휴대한 USB메모리가 없었으므로 내 메일로 파일을 보냈다.

1시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밥을 먹고 좀 딩구르르르르하다가 이제 여덟살 이후를 써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메일계정으로 접속했다. 아까 보낸 메일이 없었다.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황급히 수신확인 탭으로 갔더니 아니나다를까, 다른 사람의 메일로 나의 '출생부터 8세까지'의 성장기를 전송해 버린 것이었다. 수신자는 학교 대외협력본부의 교환학생 업무 담당 선생님. 그런데 정확히 13시 9분에 수신 확인 되어 있음.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최근 보낸 주소 목록에 있는 나를 클릭한다는 것이 그만 선생님을 클릭한 것이었다 ㅜ_ㅜ

대외협력본부 선생님께 귀국 후에 교환학생 관련 일로 몇가지 여쭤 볼 것이 있어서 며칠 전에 메일을 보내고 답신을 받았었다. 선생님께 추가로 보내드려야 할 서류가 있었기에 아마 메일함에 찍힌 내 이름을 보고 '이 학생이 첨부파일로 추가 서류를 보냈군'이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제목을 보고 조금 이상하다고 의심은 하셨을 것이다.

제목 : mmm



눌러보면 더더욱 끔찍한 일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이름도 거시기한 첨부파일 '다다다.doc'를 클릭하면......


 

.................진통이 시작된 지 이틀이 되어도 아이가 나오지 않아 엄마는 의사에게 수술해달라고 부탁해 놓고서는 정작 수술할 때가 되니 겁을 먹고 조금만 더 참아보겠다며 말을 바꿨다고 합니다.............. 아빠가 저를 낳기 전부터 한글 이름 책을 사와서 밤낮으로 뒤지더니 고작 찾아낸 것이 가을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돌잔치 날 돈이나 연필을 잡았으면 하던 부모님의 기대를 배반하고 실을 집었습니다......... 걸음마도 말도 빠르게 배웠고 심지어 배변훈련까지도........ 다른 아이들이 흔히 겪는 동생에 대한 질투는 거의 없었고, 단지 이제 동생이 보는 앞에서 같이 젖병을 쪽쪽 빨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간식으로 먹던 젖병을 빼앗긴 것을 안타까워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이런 낯부끄러운 문장들이....... ㅜ_ㅜ



이제 대외협력본부 선생님은 나의 유년시절에 대해 너무나도 상세히 알게 되었다. 맘마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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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4 21:51 2009/01/1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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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itz 2009/01/15 23:47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읽다가 혼자 킥킥대고 한참 웃었어요. ^^; 부모님께는 정말 착한 맏이셨을 것 같네요. 동생한테 질투도 없었다니. 저희 시아버님은 아직도 혜린이 이름이 가을이가 더 예뻤다고 한번씩 말씀하셔서 제 성질을 바짝바짝 건드리십니다만.. ㅠ.ㅠ 그러고보니 동생분 이름도 한글 이름인가요? : )

    저렇게 착각하고 문자나 메일 보내는 거 의외로 종종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예전에 회사 다닐 때 동기 중 한명이 '요즘 팀장님 왜 저러시냐?' 라고 같은 팀 다른 동기에게 보내야 할 쪽지(당시는 한컴 쪽지)를 그대로 팀장님께 보내서 팀장님의 '내가 왜에~?' 하는 은근한 말에 그제서야 소스라치게 놀랐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어요. ^^;;

    • 까망머리앤 2009/01/16 00:13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어렸을 때는 착했대요. 마트에서 이거 사달라고 드러눕는 일 같은 건 절대 없는 착한 딸....(그것 밖에 착한 게 없었는지 맨날 그것만 말하셔요) 클 수록 네가지가 없어진다고 언제부턴가 엄마가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더군요 -_- 혜린이 할아버지께서 '가을이' 이름에 미련이 많이 남으셨나봐요 허허; 저도 어릴 땐 제 이름 싫었는데 자라면서 이름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으니까 마음이 바뀌더라구요. 제 동생은 '가람'이에요. 사람들이 동생은 겨울이냐고 항상 물어서 곤란했어요 -_-

      팀장님한테 저런 쪽지를 보내면 정말 살 떨리겠군요; 저는 저런 문자를 너무 많이 보내서 나중에 직장다니면 직장상사의 핸드폰번호는 저장하지 않는게 좋겠군요; 어흑 주의하고 보내야겠어요.

  2. Peter 2009/01/22 01:27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저 습관 아직도 여전하구나!ㅋ
    아 근데 '나'에 관한 보고서 정말 재미있다ㅋㅋ 아마 선생님도 화 안내고 흐뭇하게 읽으셨을 듯^^

    • 까망머리앤 2009/01/23 11:36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응 -_- 아직도 그 습관을 버리지 못했지...

      선생님께 사과메일 보내고 나중에 답장 받았는데 안 읽으셨다고 하더라구. 근데 진짠지 선의의 거짓말인지 알 수가 없음... 어쩐지 읽으신 것 같아. 왜냐면 나보고 읽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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