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12.30
에딘버러 가는 기차 안
영국에 와서 기차여행을 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영국이 섬나라다 보니 아예 영국을 빼놓고 여행하는 사람도 있고 영국에 들른다 하더라도 대부분 런던만 찍고 프랑스로 넘어가게 마련이다. 나는 상대적으로 영국 체류기간을 일주일 정도로 넉넉하게 잡아서 근교인 캠브리지도 다녀오고 스코틀랜드에서 1박까지 할 수 있었다. 런던만 보고 갔다면 정말 밍숭맹숭했을 것 같았던 영국이 캠브리지와 에딘버러 덕분에 최고로 좋았던 곳이 되었다.
어디선가 스코틀랜드가 정말 좋다고 꼭 가봐야 한다는 소문을 듣고 오셨는지 아빠가 일정에 스코틀랜드를 꼭 넣어야 한다고 우기는 바람에 사실 별로 땡기지 않았지만 에딘버러 1박 일정을 잡아놓았다. 에딘버러에 어떻게 갈까 궁리하다가 Britrail pass를 알게 되었고 4일짜리 consecutive pass를 한국에서 끊어 왔다. 4일 연속권이라 하루라도 놀릴 수 없다는 생각에 예정에 없던 근교 여행까지 다녀온 것이다. 캠브리지에 가던 29일에 패스를 개시해서 런던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온 후 30일 런던발 에딘버러행 열차, 31일 에딘버러발 런던행 열차, 그리고 마지막으로 1월 1일에 런던에서 개트윅 공항 가는 Gatwick Express까지 얻어타면서 4일을 꽉 채워 아주 알차게 사용했다. 게다가 그 패스는 50% off promotion으로 구입한 거였는데...
캠브리지 가는 기차에서도 바깥 경치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에딘버러 가는 기차에서는 경치 구경하느라 눈이 휙휙 돌아갈 정도였다. 우리나라 기차 여행과 왜 이렇게 느낌이 다른지 머리를 열심히 굴려본 결과 가장 큰 차이는 산이었다. 영국에서는 구릉은 많이 보여도 시야를 가로막는 산이 없었다. 우리나라 기차에서 볼 수 있는 건 산이랑 논밭 밖에 없는데. 게다가 겨울이면 논에 벼 밑둥만 남아 있어서 누렇고 황량하기 그지 없는데 여기는 들판이 겨울에도 푸르른 게 대체 뭘 심어놨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겨울에도 이렇게 예쁜데 봄에는 경치가 얼마나 예쁠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스코틀랜드에 가까워지면서부터는 열차가 해변을 달리는데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한 것이 아쉽다. 나중에 에딘버러 도착해서 민박집 아주머니로부터 이 스코틀랜드 오는 기찻길이 여행 많이 다닌 사람들도 최고로 꼽는 기찻길 중의 하나라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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