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의 사진 두 장을 들고 노원역의 한 미용실로 갔다. 둘 다 이쁘긴 한데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디자이너한테 결정해달라고 할 마음이었다. 예약까지 하고 갔는데 토요일 오후답지 않게 미용실은 한산했다. 나를 맡게 된 남자 디자이너는 사진 두 장을 번갈아보더니 이소연 머리가 더 나을 거라고 했다. 길이가 길수록 웨이브가 처질 가능성이 높고, 고객님은 안경을 쓰시니까 손예진보다는 이소연 머리 쪽이 더 나을 거라나. (근데 안경이랑 무슨 상관이지?)
파마하기 전에도 제법 짧은 머리였는데 그 머리를 더 잘랐다. 조금 심란해졌다. 이렇게 잘라내면 이걸 또 언제 기르나 싶었다.
뜨끈한 기계 속에 머리통을 집어넣고 한참을 앉아있었더니 스탭이 와서 확인한다고 롯드 하나를 풀어보고선 "원래 파마가 잘 안 나오는 머리세요?"라고 했다.
디자이너가 와서 풀어보더니 한시간은 더 말고 앉아 있으라고 했다. 하는 수 없이 29만원짜리 모자, 60만원짜리 구두, 100만원짜리 원피스가 나오는 패션잡지를 한시간은 더 뒤적여야 했다.
그 두꺼운 패션 잡지를 앞에서부터 꼼꼼히 반쯤 읽고 나니 드디어 길고 긴 펌 시술이 끝났다.
샴푸를 하고 나와 완성된 나의 머리를 보았을 때, 나는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_-
디자이너는 손질법을 열심히 알려주면서 "마음에 드세요?"라고 물었다. 분명 이소연 머리 비슷하게는 되어 있었다. "아, 예..."
그렇다. 이소연이나 손예진이 세련된 단발 파마를 해서 예뻐보이는 게 아니라, 예쁜 이소연이나 손예진이 했기 때문에 단발 파마가 세련되어보이는 거였다 =_=
내 얼굴에 저 머리를 얹어 놓으니 이건 뭐...... 시골에서 고무줄하는 초딩 3학년 머리....

어쩐지 이런 느낌....크흑
어쩔 수 없다. 당분간은 초딩 컨셉으로 어필해야지....
원래 단발머리는 도회적인 느낌 아니었던가? 왜 내가 하니까 컨츄리한 느낌?????
Trackback Address :: http://postridie.com/trackback/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