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 선정이언니집에서 섣달 그믐날을 보내며 먹은 소바
06.12.31
에딘버러에서 런던으로 돌아와 선정이언니네로 향했다. 부엌에서 코다이상이 소바를 준비하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섣달그믐날에 소바를 먹는다고 언니가 설명해줬다. <우동 한그릇>이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그게 우동이 아니라 소바였던 모양이지.
런던에 도착한 다음다음날. 12월 28일이 선정이언니 생일이었다. 전날 옥스포드 스트리트에서 사둔 머리핀을 선물해줬다. 생일 파티를 하러 언니네 아파트에 갔더니 남자친구인 코다이상이 일본어로 요리책을 봐가면서 캬베쯔 롤이라는 걸 만들고 있었다. 다진 돼지고기를 양배추로 감싸 데친 음식이었는데 맛이 괜찮았다. 언니는 토마토 사이 사이에 모짜렐라 치즈를 넣어 올리브유와 발사믹 소스를 뿌린 샐러드를 만들어주었다. 진짜 맛있는 케익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그 날은 오랜만에 맥주도 한잔 하고 정말 배불리 먹은 후 버스 C10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었다. 오랜만에 언니에게도 축하해 주는 사람이 많은 생일 파티였을 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요리가 취미라던 코다이상은 이번에도 섣달그믐날을 위한 요리를 하고 있었다.뜨끈한 국물에 시금치와 어묵이 얹어진 소바는 정말 맛있었다. 런던에서 일본식 음식을 먹으며 섣달 그믐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이상했다. 언니가 부쳐준 김치전에 막걸리까지 한잔 걸쳤더니 피로가 몰려와 언니 침대에 들어가 두어시간 잠을 잤다.
동생이 깨워서 일어났다. 며칠 전부터 벼르던 새해의 빅벤을 보러 갈 시간이었다. 서울에서 새해가 되면 보신각 종 치는 거 구경하러 가듯이 런던에서는 빅벤의 분침이 12시를 가리키는 걸 보는 게 새해 맞이라고 했다.

템즈강 가는 길. 런던 주택가의 골목. Millbank
언니네 집에서 걸어서 15분이면 템즈강이었다. 거리는 벌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빅벤 앞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사람을 통제한다고 해서 가볼 생각도 못했다. 빅벤에서 한블럭 정도 떨어진 다리 위에서 저 멀리 서 있는 빅벤을 쳐다보았다. 다른 건물에 가려 분침이 잘 보이지 않았다.
사실 사람들은 빅벤 보다도 런던 아이를 구경하러 온 것 같았다. British London Eyes는 템즈강변에 세워진 관람차인데 관광객들은 다들 런던 아이라고 불렀다. 나도 런던 도착한 다음날에 런던 아이를 탔었다. 13.5파운드나 내고. 영국은 입장료도 유럽 대륙에 비해 심하게 비쌌다. 런던 시내 전경은 볼만 했지만 13.5파운드가 아깝지 않은 관람차는 아니었다. 그 런던 아이에서 새해 첫날에 불꽃 놀이를 한다고 했다.
다리 위에 서서 코다이상이 내민 맥주 한 캔을 받아 홀짝거리다가 동생이 들고 나온 오징어포 봉지까지 뺏어서 그걸 안주삼아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했다. 템즈강과 맥주와 오징어와 빅벤이라니. 뭔가 이상한 조합이지만 재미있는 새해맞이였다. 술이 좀 들어가자 알딸딸한 게 이제 정말 새해 같고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맥주 한 캔을 다 비우고 얼마 되지 않아서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Five부터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 Zero에 정확히 맞춰서 펑 소리가 나더니 런던 아이에서 불꽃 놀이가 시작되었다. 작년에 빅벤 앞까지 갔다가 사람 사이에 끼어서 이 불꽃 놀이를 못 봤는데 올해는 드디어 보게 되었다고 선정이언니가 참 좋아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한국이 아닌 곳에서 새해를 맞이하다니. 살면서 지금까지 매번 1월 1일 0시에 무엇을 하면서 보냈나 생각해 보았다. 대부분 연말 가요 시상식, 연기자 시상식을 보다가 열두시에 보신각 종치는 장면을 보고 잠자리에 들었던 것 같다.런던은 서울보다 9시간이 늦다. 한국에서는 9시간 먼저 새해가 시작되었겠지. 벌써 지금쯤 한국에서는 새해 첫날 아침이다. 정말 특별한 2007년이 시작되었다는 느낌이었다.

불꽃놀이중인 템즈강의 런던아이

동생이 찍은 사진인가보다.
불꽃 놀이를 보기 위해 다리 위에 구름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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