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e of Concrete Gables :: 뜨개질

Anne of Concrete Gables




뜨개질

연애편지 2009/01/07 19:40

그 동안 무엇을 하느라 블로그질이 뜸하였는고 하면 뜨개질을 하였다고 대답하리오.


나는 한라봉에게 줄 목도리를 선물하기 위해 1월 1일부터 부지런히 뜨개질을 하였다. 목도리를 떠 주고 싶다는 생각은 한국 돌아오고나서 계속 했었는데 실 사러 가기가 너무 귀찮아서... 동대문에 많이 판다지만 추운데 언제 동대문까지 가.... 이러고 있다가 집에 내려간다는 한라봉을 데려다주러(!! 난 진짜 착한 여자친구다!!) 고속터미널에 갔다가 혹시나 싶어서 강남지하상가에 들렀다. 옷가게, 신발가게는 많은 거 알지만 털실 가게가 있으리라는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가긴 했다. 상가는 거의 한바퀴를 다 돌았고 에라이 없으면 동대문가자 하는 찰나에 십자수 가게 안쪽에 털실 몇 뭉치가 보였다. 눈을 번쩍 뜨고 자세히 살펴보니 '털실 판매'라는 종이까지 붙어 있었다. "저, 털실 사려고 하는데요.."하며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아주머니가 매우 반기셨다. 흰색, 회색, 검은색이 번갈아가며 이어지는 털실을 골랐더니 "그거 떠 놓고 보면 얼마나 고급스럽고 이쁜데~"라며 목도리 샘플을 몇개 꺼내놓고 뜰 무늬를 고르라고 하셨다.

'겉뜨기 세코, 뜨지 않고 안뜨기 한코 빼기'로 반복되는 비올라 무늬라는 걸 골랐다.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무난한 세로 체인무늬 반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초딩 때 목도리 뜬다고 겉뜨기 배운 이후로 처음하는 뜨개질이었는데 아주머니가 잘 배운다고 칭찬해주셨다. 후훗. 근데 손에 익지 않아 가끔 틀리는 게 불안해, 에이 손님도 없는데 배우면서 뜨다가자 싶어서 아예 가게에 퍼질러 앉아서 한참을 뜨다가 나왔다.

그날 저녁에 동두천 박상병, 평택 말상병과 약속이 있었는데 술은 안 마시고 뜨개질만 해서 애들이 진짜 싫어했다. 처음 배운 날인데 술자리에서 집중 잘 안 되는 상태로 뜨다보니 너무 자주 틀려서 한줄 풀고 다시 뜨고, 한줄 또 풀고 다시 뜨고...... 진도는 안 나가고, 한줄 풀고서 바늘에 코를 끼울 때 겉뜨기 안뜨기가 교차하는 걸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끼워서 다시 떠봤자 무늬는 또 엉망이 되고, 난리도 아니었다. =_= 애들은 나중에 혼자 있을 때 뜨라며 면박이었지만 지금 틀린게 눈에 보이는데 그걸 그냥 내버려두자니 마음은 편치 않고 해서 술 마시는 내내 뜨개질......

결국 술자리가 파하고 조용히 집에서 한참을 떴는데, 한 50cm 쯤 떴다 싶었을 때 치명적인 실수를 발견했다. 10cm 넘어서부터 죄다 틀리게 뜨고 있었던 거였다. 망연자실하여 '젠장, 그냥 계속 뜰까' 싶었는데 넘어가기엔 너무 심각한 실수라서 결국 다 풀고 10cm에서부터 다시..... ㅜ_ㅜ 그러나 그 때의 실수로 풀었다 떴다를 반복하면서 이 비올라 무늬의 구조를 완벽히 파악하게 되어 그 다음부터는 실수가 있어도 수정이 빨라지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그 다음날도 수업 끝나고서, 아직 휴가중이지만 할 일이 없는 박상병을 앞에 앉혀놓고 학관 라운지에서 계속 뜨개질을 하는데 이 날도 중간중간 워낙 틀려대서 풀었다 떴다를 반복했다. 그 꼴을 보던 박상병 曰 "야, 이거 받는 사람은 이렇게 고생하면서 뜨는 줄 모르겠구나."
그래, 너도 나중에 여자친구한테 목도리 받으면 그 고생을 알아주렴 박상병아.

그렇게 이틀을 고생하고 나니 삼일째부터는 거의 틀리는 일 없이 뜨개질 순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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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삼매경!!



원래 목도리는 깜짝선물이었는데 바보같은 실수로 어이없게 탄로나버렸다.
동생이 크림스파게티를 해 주겠다길래 아무 생각없이 한라봉을 집에 데려왔는데 방바닥엔 털실뭉치가 굴러다니고 테이블에는 '비올라 무늬 뜨는 법'이 씌여진 쪽지까지!!
=_= 그냥 그 뒤부터는 이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아냐며 고생하는 티 팍팍 내면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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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 직전! 이제 술만 달면 됩니다~




원랜 3일 안에 완성시키는 게 목표였는데 중간에 발표랑 시험이 걸리면서 결국 3일이 더 걸려 어제 완성했다. 마무리랑 술 다는 법을 배우러 다시 한번 강남지하상가에 들러 완성하고, 포장을 하러 신세계백화점까지 갔다. 목도리 뜨는 게 탄로나지만 않았어도 까만 비닐봉투에 넣어 휙 던져줘도 감격했겠지만 이미 들통난 상황에 포장이라도 잘 해서 이쁘게 갖다줘야 할 것 같았다.

백화점 포장, 처음 해 봤는데, 오지게 비싸긴 한데, 이쁘긴 이쁘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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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을 풀기 전에 사진 찍는 걸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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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 종이로 싸 주시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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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쁘다~




그래서 목도리 이벤트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그렇다면 착용한 인증샷을 올려야 할 것 아닌가! 목도리 두르고서 폰카로 찍었던 사진이 너무 귀엽게 잘 나와서 그냥 확 올려버리고 싶었지만, 우리 한라봉은 이런 곳에서 얼굴이 팔리는 걸 원치 않을 것 같은데다 귀엽다는 건 어쩜 나만의 착각일지도 몰라서.... 그치만 인증샷은 꼭 올린다!  blur 처리를 해서라도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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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찢어져 버렸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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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7 19:40 2009/01/0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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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ohn 2009/01/08 14:13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이 썩을것 언제까지 저따위로 부를텐가 하하하

  2. 츠바사 2009/01/10 13:43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우왕!! 가을씨!!! 목도리 무지 이쁘네요!!!! 삼색으로 하면 저런 색깔이 나오는군요!! 우왕ㅋ굳ㅋ 저런 정성이 들어간 목도리를 받는 한라봉님은 정말 복받으신분이에요~ 뜨개질 저도 배워볼까 했었는데+_+ 목도리 디게 이쁘네요!!!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해서 주저하고 있어요=ㅂ=)!! 예산이 어느정도 드는지 궁금한데 혹시 알수 있을까요?u__u 그리고 신세진분한테 며칠후에 선물드릴 일이 있는데 백화점 포장!!!!! 엄청 정성들여서 해주네요+ㅠ+ 백화점 포장도 어느정도 하는지 알고 싶어용!!ㅠ0ㅠ!!

    • 까망머리앤 2009/01/10 18:24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우왕!! 은지씨!! 목도리 무지 이쁘죠!!!! 이런 정성이 들어간 목도리를 받는 한라봉은 정말 복받으신 분이 맞아요~ (요즘 세뇌교육중)

      뜨개질은 금방 배울 수 있어요. 혹시 어렸을 때 한번이라도 간단한 걸 짜 보신 적이 있다면 더 쉽게 배울 수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실 사러 가면 뜨개방에서 아줌마가 잘 알려주세요.
      음- 뜨개질 하는 데 돈이 생각보다 많이 드는 건 사실;; 그냥 목도리 사는 게 더 싼 것 같아요. 전 실을 비싸게 산 편인 것 같긴 한데 한뭉치에 8천원씩 네뭉치 해서 3만2천원이었거든요. 동대문에 털실 많은 상가 쪽으로 가 보시면 훨씬 싸게 살 수도 있다고 하는 군요. 인터넷으로 털실 싸게 판다고 하는데, 혹시나 뜨개질 처음이라 배우셔야 한다면 오프라인으로 사셔야 할테니....

      제가 검색질 하면서 "동대문이 확실히 털실이 더 싸긴 싼가..." 했더니 한라봉이 옆에서 "동대문? 딴 데 못 가게 해! 세 가지 이유 대라면서." 라고 하네요 ㅋㅋㅋㅋ (불만제로 방송이랑 정글고 패러디 웹툰 보셨나용?)

      백화점 포장은 저도 처음 해 봤는데 일단 상자값이 차이가 나니까 선물 크기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질거예요. 전 제일 싼 상자와 제일 싼 리본(아 이거 한라봉한테 비밀이었는데 ㅋㅋㅋㅋ)으로 해서 상자 4000원 + 리본 3500 + 수공비 1000원 = 8500원이었어요!

    • 츠바사 2009/12/25 01:58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가을씨 정성깃든 댓글 감사해요!! 뜨개질 한번도 해보질 않았어요~~ ...뜨개질 정말 돈이 많이드네요ㅠ0ㅠ;;; 거기다가 가을씨의 정성까지 더해지면 값이 어마어마해지겠어요ㅠㅠㅠㅠㅠ 한라봉님 가을씨한테 큰절이라도 해야겠어요!!! 뜨개질은 3만, 이란 글씨가 보이자마자 마음속에서 지워버렸어요. 흑흑ㅠㅠㅠㅠㅠㅠ; 저렇게 비싸다니...

      아! 불만제로 동대문편도 봤고, 정글고 패러디 웹툰도 봤어요ㅋㅋㅋㅋㅋㅋ 엄청 화제가 되더라고요. 저도 걸어니는 네비게이션으로 취급될정도로 나쁘게 얘기하면 만만하게 취급되는데 동대문가서 그런일 당해본적이 없어서 신기하게 봤었죠ㅎㅎㅎㅎ

      백화점 포장... 오마이갓!! ㅠ0ㅠ0ㅠ0ㅠ 정말 어마어마한 가격이네요ㅠㅠㅠㅠㅠㅠㅠ!! 제일 싼 상자와 제일 싼 리본인데도ㅠ0ㅠ;;; 으음... 고민 많이 해봐야겠어요ㅠㅠㅠㅠㅠ 다시 한번 답장 감사해요^0^)/

  3. Peter 2009/01/22 01:30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우와 나 유미랑 엄마 생신선물 사러 롯데 갔을때 백화점 포장 하려고 했더니 2만 얼마 달라던데 ;;; ㅠ
    그래서 5천원짜리 상자만 사서 문구점에서 리본 사서 직접 묶었다는ㅠ

    • 까망머리앤 2009/01/23 11:37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나도 2만원 정도는 한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혹시나 해서 가봤거든. 만약 2만원 넘어가면 안 했을 듯 =_= 근데 들었던 것보다는 싸서 그냥 했어.

      나중에 여자친구한테 목도리 뜨느니 그냥 사달라고 해. 사는 게 더 싸 ㅋㅋㅋㅋㅋㅋㅋㅋ

    • Peter 2009/01/23 12:34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안습 ㅋㅋㅋㅋㅋ 그래도 돈 주고 못 사는 정성이란게 있으니ㅋㅋ 목도리 예쁘닷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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