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교생실습이다. (정식명칭은 근무교육실습)
중고등학교 때 교생선생님들을 보면서 마냥 이쁘다는 생각만 했지,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교생선생님은 정말 나이가 많은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_-)
아무튼 요즘 그것 땜에 옷 사러 다니느라 출혈이 장난 아니었다.
평소에 치마도 잘 안 입고, 그나마 있는 치마는 대개 여름용으로 좀 짧거나 캐주얼해서, 교생실습용으로 치마만 네 벌, 원피스 두벌, 자켓 두벌, 기타 블라우스 등등 엄청 샀다. 이건 교생을 나가는 건지 교생패션쇼를 나가는 건지......ㅜ_ㅜ 사실 그런 종류의 단정하면서 우아한 옷을 사 본 적이 없어서 나름 즐거워하면서 이것저것 사 들이긴 했는데, 막상 사 놓고 나니 이건 실습 끝나면 다시는 안 입을 것 같은 옷 들이라 좀 걱정된다. 정말 딱 무릎까지 내려오는 클래식한 공단치마들이 대부분이라...
어제 실습 나가는 사범대생들을 모아놓고 부설학교 선생님들이 오셔서 오리엔테이션을 해 주셨는데, 2년전 참관실습 이후로 잊고 있었던 '학교라는 장소의 보수성'에 대해 깨닫게 해 주는 시간이었다. 복장을 비롯한 실습 지침은 물론이고, 실습 기간 중 지도교사의 지도에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며 들어준 사례는 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몇년 전에 열심히 하였으나 조금 솔직한 게 탈이었다는 한 교생선생님이 실습학교에서 체벌을 비롯한, 자신이 갖고 있던 이상적인 교육관에 반하는 면들을 보고 화가 나서 실습록에 '이 학교는 정말 엉망이다'라는 식으로 기록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 역시 화가 난 지도교사가 '그럴 거면 왜 이 학교로 실습을 왔냐'라는 식으로 혼을 내고, 실습이 끝난 후 가장 낮은 학점을 주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웬만하면) 학교의 지도방침에 순응하고, 혹시 불만이 있을 경우 지도교사와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지 문서화하게 되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대놓고 하시는 것이 참 놀라웠다.
나도 중고등학교 안 다녀 본 거 아니고, 학교가 얼마나 체제순응적이고 보수적인 곳인지 잘 알고 있지만, 예비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리엔테이션에서 저런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은.... 좀 슬프고 놀라웠다.
부설학교의 선생님들은 능력을 바탕으로 선발된 훌륭한 선생님이고 열과 성을 다하여 실습학생들을 지도하신다고 들었지만,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시는 선생님들이 모여있는 학교에서조차 교생선생님의 비판이나 쓴소리에 부정적인 모양이다.
그런 것이 교직의 특성이고, 저항할 수 없는 교사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대학을 갓 졸업했던 시절의 선생님들의 모습은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 같은데, 학교가 사람을 점차 그러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듯 하다. 그리고 그것이 그 직업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일 지도 모르고.
나도 학교 다닐 적에 선생님들이 하지 말라는 거 안 하는 비교적 착한 학생이었는데, 대학에 들어와 자유로운 분위기에 젖어 살다보니 4년 만에 돌아갈 고등학교의 모습이 좀 낯설다. 오리엔테이션 내내 단상에 강연하실 선생님이 올라올 때마다, 사회를 맡으신 선생님이 우리에게 차렷, 경례를 외치는 것이 불편했고, 교사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청바지와 짧은 스커트, 높은 굽의 구두, 반바지, 민소매, 양말 미착용 등을 삼가라는 규정된 복장 지침과 '보편적인 시각으로 보았을 때 그건 좀 너무하다'라는 복장은 하지 말라는 선생님의 말씀 때문에, 지금 손톱에 바른 매니큐어를 지워야 하나 고민 중이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잘 가르칠 자신이 있다고 해서 좋은 교사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교사에게는 학교라는 조직에 잘 적응하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나는 선생님이 되면 참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의 두발 상태나 손톱 길이를 점검해서 꾸중하고, 화장품을 압수하는 일도 교사의 역할이고, 보수적인 조직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이 훌륭한 교사임을 생각해보니 내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그동안 모르는 것이 너무 많지 않았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실습은 참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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