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e of Concrete Gables :: 프라하 1월 2일

Anne of Concrete Gab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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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떼 노니는 카렐교 위에서, 동생
07.01.02


일어나서 손목시계를 확인했더니 7시 반이었다. 분명히 알람시계를 7시반에 맞춰 놓고 잤는데 울리지 않는게 이상했다. 더 자고 싶어서 8시까지 누워있었다. 나갈 준비를 하는데 알람시계가 8시 반에 울렸다. 런던에서 프라하로 넘어오면서 손목시계만 한시간 앞으로 당기고 알람시계 당기는 걸 깜빡한 거였다.
식당으로 내려가 씨리얼과 빵으로 아침을 때웠다. 기억하기도 싫은 어제를 뒤로하고 프라하 시내를 구경하러 숙소를 나섰다. 나가면서 호텔 옆에 있는 세탁소에 손빨래가 안되는 옷 몇 벌을 드라이클리닝 맡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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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성에서 내려다 본 프라하 시가지

내가 사진을 정말 못 찍기도 했지만 사실 뭐 얼마나 환상적인 풍경도 아니었다. 빨간 지붕은 피렌체가 훨씬 예뻤는데. 프라하 성에서 보는 야경이 그토록 아름답다고 했지만 우리는 프라하에서 보낸 이틀밤 모두 일찍 호텔로 돌아가 욕조에 몸을 담그며 여독을 풀기 바빴기 때문에 야경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
프라하 너무 예쁘다 예쁘다 하는 소리만 듣고 왔더니 정작 프라하 예쁜 줄은 잘 모르겠더라.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도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프라하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서 가보면 실망한다고. 분명 아름다운 도시는 맞는데 TV에서 <프라하의 연인>이네 뭐네, 관광책자도 하도 칭찬이 과해서 실제로 와 봤더니 별 거 없었다. 유럽의 다른 도시들도 이 정도 되는 곳은 얼마든지 있는 것 같았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때문인지 대한항공 직항이 생겨서 그런 건지 프라하에선 발에 채이는 게 한국사람이었다. 어디를 가든 유명한 관광지는 한국 사람이 많긴 하지만. 런던에서는 한국 사람 많은 줄 잘 모르겠더니 프라하는 유독 심했다. 런던보다 프라하 시내가 더 작아서 그럴지도 몰랐다. 나는 전날 공항에서 시내로 나올 때 나에게 질문을 하던 (나도 잘 모르는데) 한국인 관광객을 Franz Kafka Museum 앞에서 또 만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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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성에서 내려가는 길

그림이나 유리공예품을 파는 잡다한 노점상이 많다.
노점상에서 파는 그림들은 아름다운 프라하 경치를 그린 그림이 대부분이다. 예쁘지만 비싸다. 여행 중에 이걸 이동, 보관하는 것도 골치아프기 때문에 사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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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시내의 주요 교통수단인 트램(Tram)

전차다. 버스보다 시간이 정확하고 지하철보다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이런 건 교통체증이 심하지 않은 나라에서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체코 말은 안 배워봐서 모르겠지만 된소리가 강한 것 같았다. 항상 뜨램, 메뜨로 이런 식으로 발음했다. 그들이 구사하는 영어도 거센소리가 전부 된소리로 바뀌어서 참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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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교를 향해 강가를 따라 걸었다. 강 이름 이제 생각도 나지 않는다. 원래 알고 있었는지도 좀 의문스럽다. 백조와 함께 노닐다가 기념사진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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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z Kafka Museum 앞의 귀여운 동상

가는 길에 Franz Kafka Museum이 있어서 잠깐 들러보았다. 물론 안에는 안 들어가고 바깥에서 구경만. 내가 카프카에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니고 입장료도 아깝고 해서 마당에 있는 소변 보는 귀여운 동상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Kafka가 체코 사람이었다보다. 난 당연히 독일 사람인 줄 알았는데. <변신> 독일어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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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교 위에서 흥겨운 음악을 연주해주시던 아저씨

카렐교는 제일 유명한 다리이니만큼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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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교 위의 악사들

정말 듣기 좋은 음악이었다.
가운데에 있는 할아버지가 연주하는 타악기가 신기했다. 이름은 모르겠는데 마치 막대기로 빨래판을 긁는 듯한 소리가 났다. 음악이 좋아서 한참 그 앞에 서 있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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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교 위에서 한방

유럽은 겨울에 비가 많이 온다. 그래서 내 여행사진은 온통 우중충하다. 그래도 그거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싶어서 마음에 든다. 물론 밝은 사진이 더 이쁘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찍은 그런 그림같은 사진만 보다가 가끔 이런 사진도 보면 그 나름대로 분위기가 있어서 좋다.
여행 중에 항상 날씨가 흐리고 툭하면 비가 내려서 귀찮았지만 유럽은 우리나라처럼 장대비가 아니라 가랑비가 자주 내리는 편이라 많이 힘들진 않았다. 맑은날에 바깥에 나가면 한시간을 못 버티는 나로서는 겨울에 유럽여행을 온 게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여름에 비해 관광객도 덜하고. 겨울에 가는 유럽여행도 여름만큼이나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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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의 징거버거세트

카렐교를 건너 정처없이 걷다가 3일짜리 교통권이 아까워서 트램이나 한번 타보자는 생각에 아무거나 탔다. 아무거나 타도 별 일 없다는 걸 경험한 후로는 할 일 없으면 아무거나 타게 되었다. 트램을 타고 가다가 대형마트 Tesco가 보이길래 내렸다. 그치만 테스코에 들어가봤자 살 것도 없을 것 같아서 근처 KFC에 들어가 징거버거세트를 시켰다. 징거버거 맛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KFC따위에서 한국의 맛을 느낄 줄이야. 감자튀김이 특히 맛있었다. 유럽 패스트푸드점이 한국보다 하나 나은 게 있다면 감자튀김이 훨씬 바삭하고 맛있다는 거다. 튀겨서 오래 두지 않고 바로바로 서빙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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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먹고 쓰레기 버리러 가다가 발견한 metro!!!

체코에도 메트로가 있다니! 메트로는 국제적인 무가지였던가? 근데 여기는 왜 햄버거집에 메트로가 있는 걸까. 아, 메트로 정말 반가웠다. 고딩 때 지하철타고 다니는 애들이 한 장씩 꼭 들고 등교하던 무가지, focus, metro, am7..... 광고 빼고나면 읽을게 거의 없긴 했지만 그래도 공부하기 싫을 때 읽으면 그만이었는데.

햄버거를 먹고 나왔더니 비도 부슬부슬 내리는 게 더 돌아볼 맛도 안 나고 체코는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어서 떠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베를린 가는 기차표를 예매하러 홀레쇼비체역으로 향했다.
information의 직원은 친절했는데 매표소 창구 여직원이 너무 불친절했다. 게다가 두명 티켓 값이 100유로였다. 체코는 유레일패스가 통용되지 않는 지역이라 체코에서 독일로 넘어가려면 따로 표를 사야 한다. 국경지역인 드레스덴까지만 표를 사고 거기서부터는 유레일로 가도 된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지만 갈아타기 귀찮았다. 11일짜리 selective 유레일패스였는데 한 칸이라도 아껴서 다른데서 쓰지 하는 생각도 있었다. (결국 유레일패스 다 못쓰고 한칸 남겨서 돌아왔다.) 예약비 10유로를 얹어서 티켓값으로 110유로를 내고 났더니 속이 쓰렸다. 호텔비+교통비만 체코에서 370유로를 썼다. 체코가 싫은 게 뭐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기차표를 사고 호텔로 곧장 돌아와 인터넷 센터로 갔다. 거기서 메일을 확인하다가 그제야 알았다. 왜 내가 사간 블루버드공중전화카드가 먹통인지. 대만 지진 때문에 해저케이블이 끊겨서 여기저기 난리가 났다는데 이 카드회사까지 그 영향이 미친 모양이었다. 새로 부여된 임시접속번호를 적어서 돌아왔다. 그걸 모르고 영국에서부터 이 공중전화카드 뭐냐고 왜 신호가 안가냐고 열받았던걸 생각하면 참... 메일 확인 안 해봤더라면 한달 내내 열받을 뻔 했다.

짐정리를 한 후 어제 그 피자집에 가서 남은 체코 돈을 탈탈 털어 저녁을 먹었다. 돈이 좀 부족해서 먹고 싶은 걸 못 먹고 다른 걸 시켰다. 이럴 때 진짜 눈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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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5 03:02 2007/08/2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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